2009년 여름, 전남 순천시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가족이 함께 마신 막걸리에서 청산가리(청산염)가 검출되며, 어머니와 이웃이 숨지고 부녀가 살인 혐의로 구속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검찰은 부녀가 공모해 가족을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2025년 청산가리 막걸리 재심결과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15년 넘게 이어진 이 사건은 단순한 독극물 살인이 아닌, 수사 절차의 위법성과 자백의 신빙성, 그리고 약자 인권 보호라는 큰 화두를 남겼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건의 시작부터 검찰 수사, 제시된 살인동기, 2심 담당 검사, 재심 변호사, 그리고 무죄 확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청산가리 막걸리 부녀 사건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 황전면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함께 나눈 막걸리에서 독극물 청산가리(청산염)가 검출되었습니다.
이날 막걸리를 마신 사람 4명 중 2명이 숨지고, 2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사망자 중 한 명은 막걸리를 준비한 아버지 A씨(당시 75세)의 아내이자 딸 B씨(당시 41세)의 친모였으며, 결국 A씨와 B씨 부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사건은 곧 전국 언론에 보도되며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불렸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살인동기
검찰이 법정에서 제시한 범행 동기는 세 가지였습니다.

가족 내 갈등설
부부와 모녀 간의 불화가 오래 지속되었고, 생활비·재산 문제로 자주 다투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 그러나 재심에서는 구체적 증거가 없고, 대부분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부녀 부적절관계설
검찰은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이 사실이 마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는 없었고, 재심 재판부는 “검찰이 사회적 비난을 유도하기 위해 과장한 주장”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재산 문제설
피해자 C씨가 가계 재산권을 쥐고 있었고, 부녀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마찬가지로 명확한 금전 거래나 재산 분쟁의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청산가리 막걸리 검사

사건은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으로 이첩되었으며, 강남석 검사(당시 순천지청 소속)가 주임검사로 수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담당 검사는 2013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검사 옷을 벗었으며 이후 변호사법 위반으로 변호사 자격도 정지되었습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판

1심 (무죄)
1심 재판부는 “자백 외에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동기는 추상적이고, 청산가리가 언제·어떻게 혼입되었는지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2심 (유죄)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2012년 이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2심 당시 검찰 측은 “자백이 구체적이며 신빙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재심 청구

이후 A씨와 B씨는 교도소에서 12년 동안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A씨가 고령의 건강 악화로 형집행 정지를 받고 나오면서 재심을 준비했습니다.
박준영 변호사(‘삼례 나라슈퍼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 등 재심 전문 변호사)가 사건을 맡아, 수사와 재판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글을 거의 모르는 아버지와 경계성 지능의 딸에게 수사기관이 유도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만들어냈다” 고 주장하며, 피의자 보호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청산가리 막걸리 재심결과

2024년 광주고등법원은 재심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A씨의 자필 진술이 실제로는 수사관이 대신 작성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으며, 딸 B씨는 IQ 74의 경계성 지능 상태에서 반복된 유도신문을 받은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0월 28일, 광주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는 “자백은 신빙성이 없고, 검찰이 제시한 동기 역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A씨·B씨 부녀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로써 15년 만에 ‘청산가리 막걸리 부녀’는 완전한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치며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부녀 사건’은 단순한 독극물 살인사건이 아닌, 사법절차의 한계와 인권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운 상징적인 판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정황과 자백을 근거로 공소를 유지했지만, 결국 재심 법원은 “추론에 의한 유죄는 존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세웠습니다.
무고하게 옥살이를 견뎌야 했던 부녀의 12년은 돌려받을 수 없지만, 이번 판결은 한국 형사사법 체계가 ‘유죄의 확신보다 무죄의 의심이 우선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한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